야, 앨리시어가 말한다.
이야기해줄까.
...
야.
...
네꼬가 있었다.
...
뭐냐 하면.
...
둥근 생물이었다. 옆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앞에서 보나 어느 모로나 네꼬란 둥근 생물이었다. 지느러미 같은 것도 없이 네꼬는 오랜 세월 떠다니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문득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는 일도 있지 않았겠냐. 뒤집히는 일도 있고 뭔가 달라붙거나, 하물며 뭔가 떨어져나가는 일도 있지 않았겠냐.
...
네꼬의 심부에는 고래 한 마리가 살았는데, 오래전에 네꼬는 고래를 그런 식으로 잃은 거다.
고래를?
멋진 생물이었는데, 하고 네꼬는 생각했던 거다.
형.
어.
네꼬는 저거라는 뜻이다.
뭐.
고양이라는 뜻이야.
그 네꼬하고 그 네꼬는 다르다.
고양이야.
다르다고 새끼야.
그래서 네꼬는 울었어?
뭐?
고래를 잃고, 울었어?
울지는 않고, 네꼬니까, 계속 아, 하면서 떠다녔던 거다.
아.
(중략)
낚시도 가고 집도 짓고 돈도 벌고... 얌들은 말이지, 조개라는 것을 만들어서 돈처럼 주고받았는데.
조개?
조개.
그 조개?
그 조개처럼 생겼지만 얌들이 만들어낸 조개니까 결국은 다른 조개겠지. 하여간 조개라는 것이었는데, 조개가 생겼으니까 조개를 벌어야 하지 않았겠냐. 조개 많이 벌고 있니, 조개 많이 벌어와, 이런 인사가 오가지 않았겟냐. 조개 사정은 어떠니, 조개 갚아, 조개가 부족해서, 더 많은 조개, 조개 땜에 죽겠어, 이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겠냐. 그러다 마침 내 조개가 뭐야, 생각한 얌도 생기지 않았겠냐. (이하생략)
- 황정은, 『야만적인 엘리스씨』, 문학동네, 2013
전자책이어서 쪽수는 모르는게 단점 하핳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