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 열두 시간도 넘게 잠을 잤다. 마치 지난 십 년간 한 숨도 못 잔 것처럼,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잠으로 하루를 보내다시피 했다. 잠을 자지 않는 시간엔 거실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찻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조각난 단상들 이어서 서로간에 아무런 연계가 없었다. 나에게 닥친 문제나 미래의 계획에 대해 잠깐씩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잠을 자고 나면 머리는 물에 헹궈낸 듯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천명관, 『고령화 가족』, 문학동네 p.24

세상에.. 내가 이렇다. 공감백배.
Posted by Hy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