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출신 아니죠?" 하고 드디어 내가 물었다. 그것이 내가 고작 생각해낸 화제였다.
  "할리우드."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아까 자기 옷을 내려놓은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옷걸이 있어요? 옷을 구기기 싫으니까. 이건 새로 드라이 클리닝한 거예요."
  "물론 있어요." 하고 나는 바로 대답했다. 일어서서 무슨 일을 하게 된 것이 기쁘기만 했다. 나는 그녀의 옷을 가져다 옷장 안에 걸어주었다.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옷을 걸어줄 때 좀 서글퍼졌다. 그녀가 옷가게에 들어가 그 옷을 사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이다. 옷가게에서는 누구도 그녀가 창녀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이덕형 옮김, 문예출판사 p.147
Posted by Hy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