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의 예를 들어보자. <연결>이라는 기능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도움말을 참조하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개체를 연결시켜주는 기능입니다. 《접속》참조.> <접속>기능이란 또 무엇인가 하고 찾아보면, <연결 문서에 접속하는 기능입니다>라는 설명을 만나게 된다. <에러125> 같은 유형의 긴급성을 띤 메시지가 나타났을 때도 도움말은 대단히 유용하다. 도움말은 당신에게 이렇게 일러줄 것이다. 당신은 <에러125>를 범했으며, 작업을 계속하기 전에 그 에러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그런 도움말 작성자를 양성하자면 아주 어릴 적부터 특수한 학교에서 준비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의 명제를 꾸미면서 논리 훈련을 하는 학교에서 말이다. <모든 독신자들은 독신자이다>, 또는 <에파미메니데스는 뜀박질을 하거나 뜀박질을 하지 않는다>, <모든 동물은 동물이다>, <오늘 날씨는 비가 내리거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 <코르불리데스가 배중률(排中律)을 진술한다면, 코르불리데스는 배중률을 진술하는 것이다>, <만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등등.


-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열린책들 p.102-103
Posted by Hy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