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996년의 참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례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건이었다. 12명이라는 숫자는 에베레스트 봄 시즌의 사망자 숫자로는 기록적인 숫자이긴 하나 그 시즌에 베이스 캠프 위로 올라간 398명 중에서 3퍼센트에 불과하고 그런 비율은 역대 평균 사망율인 3.3퍼센트보다도 낮다. 그 사건을 또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921년에서 1996년 5월 사이에 총인원 630명이 정상을 밟았는데 그 중에서 144명이 사망했으니 대략 정상을 정복한 네 명에 한 명 꼴로 사망한 셈이다. 그런데 지난 봄에는 정상을 밟은 총인원이 84명이고 사망자는 12명이니 일곱명에 한 명 꼴로 사망한 셈이다. 이런 역사적인 기준에 비춰볼 때 1996년은 평균적인 해보다 훨씬 더 안전한 해였다고도 할 수 있다.


- 존 크라카우어, 『희박한 공기 속으로』, 김훈 옮김, 황금가지, p.387-388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고로 책 속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은 진짜로 그때 괴롭게 죽었으리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에베레스트 정상 외에서도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관해서는 왜 괴로워 하지 않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저자가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비슷한 행동했을 것이다. 다만 그가 
한 자리에서 대부분의 동료를 잃은 것은 지독히도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이 나빴다. 결과가 너무 참혹했다. 정상에 폭풍이 일때 올라갔던 것 뿐이다.

  이런데서 위안을 얻을 줄이야..
Posted by Hy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