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문헌★
김소희 김진경 편저,『20세기 미국소설의 이해2』, 동인 (ISBN 9788955062861)
- p.93-105 영국의 랜덤하우스의 이언 해밀턴과의 재판사건은 아예 뺐음..-ㅅ-ㅋ

1. 샐린저: 참전작가에서 은둔작가로

Jerome David Salinger, 1919-
(생략)아버지는 아들에게 의욕과 야심을 심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껴 여러 학교를 문의한 끝에 체벌과 규율이 엄한 밸리 포지 군사학교에 입학시킨다. 아버지의 기대대로 상당한 규율이 체득되어 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에 입학하나 마찬가지로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나 성취감이 없어 휴학한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는 수업의 일환으로 유럽을 동행하며 낙농품 무역에 대해 견학하지만 도살장을 경험한 후 아머지의 사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 한가지만은 확실해져 돌아온다.
  (중략)
  스물두 살 때 이미 작가로 문단에 등단하여 유수한 저널에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던 샐린저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그 무엇보다도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입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첫 신검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입대를 거부당했다가 미국이 이차대전에 참전하면서 군대를 재정비할 때 다시 지원하여 1942년 4월에 참전하게 되고 그 뒤 무려 5년여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전투에 투입된다. 처음 미국 내에 머무를 때나 영국에 파견되어 복무할 때까지는 그의 편지에는 유머스런 톤이 유지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종군작가로 활약하던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를 만나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지속한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 끌면서 연합군은 영국해협을 통해 당시 독일군에 점령된 프랑스로 이백 만의 군대를 투입하여 이차대전을 결말짓기로 한다. 1944년 6월 6일 D-Day에 샐린저도 투입되어 무려 네 달 동안 지속되는 지옥의 전투를 수행한다. D-Day전투 후 샐린저의 편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암울한 톤과 장엄함이 지배한다. D-Day전투 후 샐린저의 편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암울한 톤과 장엄함이 지배한다. 버넷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자기가 목격한 것은 끔찍해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씌여 있다. 「에스메를 위하여-사랑과 비열함으로」("For Esme-with Love and Squalor")에서 X 상사가 D-Day 작전 후 정신신경이 손상된 사람으로 등장하듯 샐린저의 작품에는 전쟁이 인간정신 파괴의 결정인자로서 자주 등장한다. 샐린저가 아직도 대처해야만 하는 또 다른 참혹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는 패배한 후에도 게릴라전을 계속하과 있는 독일군을 섬멸하기 위해 그가 속한 4대대가 독일의 산악지대에 공수된 것이다. 이차대전 중 가장 야만적인 전장에 투입된 샐린저는 매일 4대대에서만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투를 네 달 동안 치러내었고 더욱 분노할 일은 그 군사작전은 전혀 불필요한 작전이었다는 소식이었다.
  샐린저는 전쟁 중에도 열편 이상의 단편을 계속 쓰며 잡지에 기고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작전 이전까지는 전쟁에 대해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이 참혹한 전투 후 전쟁에 대해 그의 낭만적 환상은 무너지고 비열하고 잔인한 살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평생 그림자로 마음에 새겨진다. 이차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샐린저는 신경쇠약으로 일상생활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독일의 군인병원에 몇 달 동안 입원한다.(중략)
1931년에 <뉴요커>New Yorker지에 발표한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은 샐린저가 이차대전에 참전하고 있던 동안부터 내내 긴 기간을 두고 씌여진 작품이다. 홀든이 기성사회와 인간들에게 품는 위선과 거짓에 대한 혐오나 심지어는 선행에 대해서까지도 의도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경향은 바로 샐린저의 참전경험의 환멸에서 나왔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정의의 편에 참여하고 싶고 중대한 역사의 현장에 서고 싶다는 낭만적 환상을 가지고 스물세 살 청년 샐린저는 전투에 자원했다가 전쟁의 황당하고 참혹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하나의 병기나사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경험을 한다. (중략)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판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몇 달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자 샐린저는 대중의 환호를 피해 영국여행을 떠나버리고 2쇄 출판 이후부터 책표지에서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게 한다. 그는 그러한 환영에 대해 "약간만 좋았을 분이고 대체로 지나치게 열광적인 듯하고 점차 개인적으로는 부도덕한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중략) 이 열광을 피해 34살 청년 샐린저는 동부 끝에 위치한 뉴햄프셔 주의 숲 속에 집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작품만을 쓰기로 결심한다. (중략)
  그의 괴팍스런 고집스러움은 문단에 등단하면서 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작품을 항상 <뉴요커>지에만 게제하고 완성한 소설을 잡지에 맞는 분량으로 수정하는 수고를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수정하지 않는 <뉴요커>지와만 거레한데서도 보인다. 또한 잡지에 기고한 소설을 다시 책으로 출판할 때는 겉표지는 최대한 수수하게 아무런 장식이나 사진 없이 작가소개나 평론도 없이 페이퍼백으로 출판하기를 평생 고집한다. 그나마 그러한 출판도 1970년에는 거부하여 "소설을 쓰기 위하여 자신은 사는 것"이므로 계속 쓰기는 하되 "출판은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을 출판사에 밝혔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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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붉게 표시한 부분,
호밀밭의 파수꾼 책을 찾았을때 유독 '민음사'에서 나온 책만,
그리고 민음사에서 나온 책들중에서 유독 호밀밭의 파수꾼만 앞에 그림이 없었다.
또 작품해설이 없어서 다른 출판사 책을 빌렸었는데,
민음사, 이 먼 타국에서 작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좀 멋진데?ㅋ

암튼 야구 금메달 웬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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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밀밭의 파수꾼』: 대열이탈자의 현실비판

  이 소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조숙한 열일곱 살 소년 홀든이 캘리포니아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어난 퇴학의 경험담을 일인칭 독백으로 서술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중략)
70년대에는 가수 존 레논을 암살한 범인이 너덜너덜해진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권총을 싸고 있었고, 80년대에는 연설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는 레이건대통령을 암살 시도한 현장에서도 범인이 이 책을 소중히 소지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중략)
  『호밀밭의 파수꾼』이 이같이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는 책이면서 동시에 가장 금기시되는 책이 된 이유는 1950년대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차대전으로 강력한 승전국으로 부각된 미국의 1950년대는 정치적 보수주의와 경제호황, 그리고 사회적 순응의 시대로 특징지어진다. 전쟁 후 평화와 번영을 약속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체제에서 미국인들은 현대문명의 특혜를 점차 누리면서 경제성장을 실감한다.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이분된 세계구도가 확립되면서 공산주의자를 색출하자는 매카시즘 광풍이 한바탕 휩쓸면서 미국인들은 경제적 풍요에 대한 댓가로 획일화와 정신적 순응을 내주고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바로 그런 시대에 도전했던 신선하고 도발적인 작품이다. 이미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한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 경험으로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전쟁명분의 허울과 인간의 야수성을 체험한 샐린저는 침묵하고 있는 50년대 벽두에 반문화의 원조를 창조한 것이다. (중략) 학교를 떠나 뉴욕거리를 방황하는 홀든의 체제 저항적 태도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반항의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된다. 냉전시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젊은이들의 충정과 현실동참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는 시대에 반발과 분노를 느끼던 젊은이들은 홀든의 심리에 깊이 동조하며 비트운동, 히피문화라는 반체제 문화현상을 파급시킨다.
  이 책이 미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는 이같은 당대의 시사성뿐 아니라 미국문학 전통을 잇는 공시성에서도 기인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서구문학의 중대한 전통인 추구의 주제를 따르기 때문이다. (중략) 이 추구의 주제가 특히 미국문학에서는 가정의 충실성이나 성공과 신분상승에의 추구처럼 기존의 안정체제로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그러한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자유나 자아에의 충실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표출된다. 이러한 주인공들은 자아실현의 추구자이며 다른 시각으로 보면 현실낙오자나 대열이탈자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문학은 자신이 믿는 어떤 순박한 깨달음이나 어떤 개인적인 충실성에 도달하기 위하여 전통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매료되는 특징을 보인다. (중략)
  학교생활에서 정해준 규정대로 따르기에는 고집과 감수성이 강한 홀든은 도시문명과 성인의 세계를 바라볼 때 순응하는 태도가 아닌 의문과 비판이 반사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는 자기 주변의 선배들이 다니는 아이비리그생들의 획일화되고 자만하는 모습을 비판하며 자신은 정해진 목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거리를 두고 본다. 자신의 아버지같은 변호사는 일한 댓가로 부와 풍족함을 누리는 직업인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지 아니면 재판에 승소하여 축하받고 명예를 누리는 것이 좋아서 일하는지" 그 의도가 중요하다는 매우 엄정한 기준을 제시한다.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이 화려한 외모로 치장하고 할 때 그 본심을 의심하게 되듯이 설령 좋은 일을 하더라도 명성이나 칭송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순수함과 선량한 의도로 해야 한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 (중략)
소설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의 피로가 누적되고 외로움이 가중되며 뭔가 공포스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더해가면서부터는 "예수의 제자는 짜증난다"라든가 알지도 못한 손님을 위선자라고 부르는 등 일관성 없는 화풀이성 비판경향을 보인다. 계속해서 몇 학교에서 낙제당하고 문제아로 지목된 자신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으로 자살충동을 강하게 느끼는 시절의 경험인 만큼 어떤 비판은 정당하지 않고 지나쳐서 병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략) 공간적 이동이 더 이상 해결방식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순전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겠다고 말하는 데에서는 홀든의 패배주의적 성향이 절정에 이른다. 이처럼 대오이탈자의 두려움을 체험하고 있는 홀든이기에 호밀밭에 서서 아이들이 놀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진심으로 받아들여진다.
  (중략) 이것은 현실의 끈을 놓아버리고 자살해 버릴 것 같은 자신의 절절한 경험에 비추어 어린이들이 추락하거나 타락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꿈이다. 하지만 순진한 동생 포비의 애정에 힘을 얻어 현실을 대면할 용기를 얻게 되면서는 추락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진다. (중략) 추락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이 차츰 완화되고 오히려 실패의 경험까지도 중요하다는 경험의 의미를 깨닫고 외면적으로는 잃어도 내면적으로는 얻는 것의 비중을 측정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중략) 홀든은 한길로 매진하는 사회의 모습을 거리를 두고 보면서 상당부분 정당한 비판을 하고 대열이탈자로서의 극심한 긴장과 절망을 솔직하게 토로하며 사회인습의 나쁜 면이 자신에게도 존재하고 있음이 과정 중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아이러닉한 태도를 견지한다. 샐린저는 현대문명의 상당 부분이 허위의 가치 위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을 도식적인 사회분석이나 개인의 자기변호 방식에 기대지 않고 한 소년의 성장기중 어떤 위기의 와중에 겪은 경험을 매개로 하여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Posted by Hy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