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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와 π와 i 를 곱한 수로 거듭제곱하여 1을 더하면 0이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박사의 메모를 쳐다보았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가 e 곁으로 내려와 수줍음 많은 i 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로 숨죽이고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유성의 빛이었다. 어둠의 동굴에 새겨진 시 한 줄이었다. 거기에 담긴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나는 메모지를 다시 정액권 지갑에 넣었다.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김난주 옮김, 이레 p.180
Posted by Hyos :